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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텍이 지금 이 순간에도 빅파마와 수조 원짜리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정작 그 회사의 통장 잔고는 2년치 R&D 예산밖에 없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이번에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밸류체인을 비만·매쉬, 항암제, 전달 플랫폼 세 축으로 직접 재정리했는데, 시가총액과 현금성 자산을 나란히 비교하는 순간 손이 멈췄습니다. 화려한 기술이전 숫자 뒤에 생각보다 얇은 체력이 있었고, 이 지점에서 정부지원이 왜 필요한지가 명확해졌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밸류체인과 기술이전 성과, 그리고 정부지원이 필요한 이유
제가 이번 분석에서 가장 먼저 한 작업은 국내 기업들을 모달리티(Modality)별로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달리티란 치료제가 어떤 방식으로 질병에 작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약물의 형태와 기전'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주사형인지, 경구형인지, 유전자를 직접 건드리는지 같은 분류입니다. 이 기준으로 밸류체인을 그려보면 비만·매쉬, 항암제, 전달 플랫폼 세 축으로 정리가 되고, 각 축마다 이미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기업들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2025년 현재 합산 기준으로 15.6조 원 규모, 13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됐고, 22년 2건, 23년 3건, 24년 7건, 25년 13건으로 연평균 75% 가까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이 성과가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사례를 함께 들여다보면, 2005년부터 시작된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는 국가 주도 인재 유치 프로그램의 성과가 20년이 지난 지금 신약 승인 건수 역전(중국 59건 vs 미국 29건)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밸류체인이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그 위에서 기술이전이 반복되려면 정부지원이라는 토대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저는 이 비교 작업을 하면서 체감했습니다.
밸류체인별 기업 포지션과 기술이전 실적으로 살펴보는 정부지원 우선순위
밸류체인 축마다 기술이전 실적을 대조해보면 정부지원이 어디부터 향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비만·매쉬 영역에서는 펩트론과 G2G바이오가 장기 지속형 주사제, DND파마텍이 경구형(파이자가 인수한 메세라와 경쟁 구도), 올릭스가 RNAi 유전자치료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RNAi(RNA 간섭)는 체내 특정 유전자의 발현 자체를 억제하는 기전인데, 미국 에로헤드가 젭바운드 병용 임상에서 8주 만에 13.6% 체중감량을 발표하며 기존 28~42주 걸리던 효과를 크게 앞당긴 사례가 나왔습니다. 올릭스가 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제가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이유입니다.
항암제 영역에서는 이중항체(ABL바이오), ADC(리가켐바이오·에임드바이오·큐리언트), 저분자 화합물(보로노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ADC란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를 줄인 말로, 암세포를 겨냥하는 항체에 독성 물질을 달아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정확히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제입니다. 전달 플랫폼에서는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기술이 2024년 9월 FDA 승인을 받았고, ABL바이오의 뇌투과(BBB 셔틀) 플랫폼은 릴리와 지분투자를 동반한 계약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밸류체인 전 구간에서 기술이전 실적이 확인된 기업들이 정부지원의 1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미 검증된 곳에 자금이 붙어야 후기 단계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 비만·매쉬: 펩트론(장기지속형 주사), DND파마텍(경구형, 파이자 인수 후 개발 중), 올릭스(RNAi 유전자치료제)
- 항암제: ABL바이오(이중항체), 리가켐·에임드·큐리언트(ADC), 보로노이(저분자 화합물)
- 전달 플랫폼: 알테오젠(피하주사 SC 기술, FDA 승인 완료), ABL바이오(BBB 뇌투과 셔틀)
기술이전 이후 드러난 밸류체인 자금난, 정부지원 설계 방향은
코스닥 150 헬스케어 지수가 2,000~3,000 박스권에서 7,000 선까지 올라온 것을 보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술이전 계약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재평가했다는 건 납득이 되는데, 문제는 그 밸류에이션이 실제 현금 체력을 한참 앞서갔다는 점입니다. 시가총액과 현금성 자산을 나란히 놓고 보니, ABL바이오(약 10조 원), 리가켐바이오(약 6.5조 원), 에임드바이오(약 4조 원)처럼 밸류체인 상 덩치는 커졌는데 현금성 자산은 굉장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기술이전 이력이 있는 기업들조차 최대 지분율이 20%대에 그치고 있고, 빅파마 이력이 없는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평균 500억 원 수준입니다. 연간 R&D 비용이 평균 300억 원 안팎이니 사실상 2년치 자금만 있는 셈입니다. 비교하자면 일본 다이이치산쿄의 한 해 R&D 예산이 3조 원을 넘습니다.(출처: 다이이치산쿄 공식사이트). 이 격차 앞에서 국내 바이오텍이 밸류체인 후기 단계까지 자체 개발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게 체감됐습니다. 현금이 부족하니 초기에 기술이전을 할 수밖에 없고, 초기에 팔수록 계약 규모는 작아지는 악순환이 고착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지원은 임상 심사 기간 단축 같은 속도전보다, 검증된 플랫폼 기업의 자금 조달 채널을 실질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기프트(GIFT) 제도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중국식 속도전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윤리적 안전판을 유지하면서 기술이전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제 결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내 바이오텍 기술이전이 많아졌다는데, 실제로 투자할 만한 상황인가요?
A. 기술이전 건수와 규모가 연평균 75%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다만 코스닥 150 헬스케어 지수가 7,000선까지 올라온 만큼 밸류에이션이 이미 상당히 선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빅파마 기술이전 이력이 있는 플랫폼 기업 위주로, 현금 체력을 함께 확인하며 접근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Q.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이 있나요?
A. GLP-1 기반 인크레틴 펩타이드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2035년까지 약 7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기업이 정면 경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기 지속형 주사제(펩트론, G2G바이오), 경구형(DND파마텍), RNAi 유전자치료제(올릭스)처럼 차별화된 모달리티로 틈새를 노리는 전략은 실제 빅파마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Q. 중국이 신약 승인 건수에서 미국을 앞섰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네, 2025년 기준 중국 NMPA의 신약 승인 건수는 59건으로 미국 FDA의 29건을 앞질렀습니다. 임상 승인 기간도 60일에서 20일로 단축되는 등 제도적 속도전이 주요 원인입니다. 다만 이 속도가 윤리적 안전판 없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기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Q. ADC 항암제가 왜 요즘 이렇게 주목받나요?
A. ADC(항체-약물 접합체)는 암세포를 타깃하는 항체에 독성 물질을 결합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높다는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빅파마들이 앞다퉈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리가켐바이오, 에임드바이오, 큐리언트가 이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 중입니다.
결론
제가 이번 밸류체인 분석을 마치면서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가 '기술은 됐는데 돈이 없다'는 구조적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알테오젠처럼 FDA 승인을 받고 머크와 독점 계약을 맺는 성과가 나왔다는 건 경로가 열렸다는 증거지만, 그 경로를 걷기 위한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업들이 여전히 대다수입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모험 자본이 검증된 플랫폼 기업에 우선 집중되고, 이것이 후기 단계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한 번이라도 만들어지면 판이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천인계획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안전판을 유지하면서 자금 조달 채널을 실질적으로 넓히는 방향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현황과 기술이전 계약 내역은 꾸준히 추적해볼 가치가 있습니다.